‘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조건 없이 비워야 한다’는 특약을 내걸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던 임대인에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기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김형한 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 판사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당공제한 보증금과 손해배상금 등 약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6월 부산에 있는 한 모텔 건물을 보증금 3000만원, 월 임대료 140만원에 임차했다. 기존 임차인에게는 권리금으로 9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A씨는 당시 임대인에게 월세 인하를 요청, 월 12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임대인이 아들 B씨에게 건물을 증여하면서 벌어졌다. B씨는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려면 보증금 3150만원에 월세 147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A씨는 계약 갱신을 포기하고, 권리금을 받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업자에 임대차 광고를 냈다.

그러나 B씨는 새로운 임차인에게는 새로운 임대차 조건을 적용하겠다며 이에 제동을 걸었다. B씨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의 조건을 적용하고, ‘오래된 건물이므로 (건물주가) 리모델링 시 (새로운 임차인은) 조건 없이 비워준다’는 조항까지 내걸었다.

이에 A씨는 “터무니없는 조건”이라며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해 권리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일방적인 월세 인상에 항의하며 3개월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임대기간이 끝나자 B씨는 월세인상분과 부가가치세까지 공제한 뒤 보증금을 지급했다. 결국 A씨는 “부당공제한 보증금과 권리금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재판과정에서 “A씨가 3개월치 임대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B씨에게 부당공제한 금액 전액과 함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