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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제집행 무력충돌 대책이 없을까
20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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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오전 7시. 서울 은평구 응암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법원의 인도집행이 시도됐다. 재개발지역의 세입자들이 조합과 건설업체 등 재개발사업 시행자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집행관이 나와 강제퇴거를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6년 9월 12월부터 2월까지의 동절기에는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에 재개발 현장에 남아있던 세입자들은 퇴거하지 않고 집행에 맞섰다. 1시간이 넘게 양쪽이 대치하면서 다른 재개발 철거현장처럼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시청 공무원들이 중재에 나서면서 시행자 측이 물러섰다. 한파 등으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에는 시장이 철거를 제한할 수 있다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강제철거가 미뤄진 것이다.


“강제집행을 하는 곳은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도 재개발·재건축 현장마다 시행자와 세입자 간의 물리적 대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자는 빠른 철거와 공사를 통한 재개발을 원하고, 세입자는 만족할 만한 보상금을 받지 못하면 이전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버틴다. 법적인 요건만 갖추면 현장에서의 강제철거와 퇴거를 막을 명분은 없지만 퇴거 이전부터 조성된 갈등으로 감정이 나빠진 양측은 본격적인 집행과정이 시작되면 부딪치기 십상이다. 강제퇴거 전부터 세입자들이 하루빨리 떠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어 실제 퇴거과정에서 세입자들을 몰아내는 역할은 경비업체의 몫이다.


강제집행 현장 경비업체 배치 늘어나


10월 2일 열린 ‘집행현장의 문제점과 법·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나온 서울시내 강제철거 현장 사례 발표에서는 퇴거·철거를 집행하는 과정의 다양한 모습이 발표됐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재개발이 진행된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에서는 올해 3월 인도집행 중 세입자가 점거하고 있는 건물의 외벽을 대형 굴착기로 두드리는 등 위협을 가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한 세입자 가족들이 투신과 자해를 벌이면서까지 철거에 저항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곳이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현장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에서도 집행이 금지된 시간대인 일몰 후 심야에 경비업체 직원들이 현관문을 치면서 이사를 종용하기도 했다. 인근 개포주공8단지에서도 경비업체 직원들은 남아있던 세입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며 강제퇴거를 시키는 등 집행현장의 물리력 사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제집행 현장에서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역할만을 전문적으로 맡은 경비업체 배치가 늘어나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 ‘2014년 이후 경비업체의 강제집행 현장 배치 및 행정처분 현황’을 보면 2014년 10건에 불과했던 경비업체의 강제집행 현장 배치건수는 2017년 69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53건을 기록하고 있어 증가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경비업체 배치가 늘어나는 동시에 이들 업체가 집행과정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지키지 않은 탓에 받은 행정처분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231건에 그쳤던 경비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은 지난해 286건까지 늘었고, 올해 8월까지만 176건의 처분이 내려져 배치 건수 대비 행정처분 건수 비율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처분인 경비업체 등록취소 건수도 2014년 90건에서 지난해 106건으로 증가추세다.


사업시행자가 고용한 경비업체 직원은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시설경비와 신변보호 등 질서유지 행위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젊고 건장한 남성을 중심으로 짠 경비업체 집행조가 직접 세입자들을 끌어내거나 퇴거를 유도하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등의 일을 전담하고 있다. 흔히 ‘용역’이라 불리는 이들 업체 직원들이 직접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거나 대상 건물에 남아있는 물건까지 들어내는 일은 다반사다.


이들 경비업체가 강제집행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위법을 저지르는 일이 늘어나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늘어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법 집행에 저항해 집행대상 건물에 남아 버티는 세입자들 역시 위법한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물리력을 동원해 이들을 끌어내는 것도 불가피한 면이 없지는 않다. 재개발사업에서 보상금을 책정하는 감정평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세의 70%선에 불과한 공시지가를 근거로 보상금을 받으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부당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사업 시행과 강제집행 자체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한 세입자들에게도 법적 명분은 부족한 셈이다. 결국 버티며 보상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세입자들과 이들을 퇴거시킬 다른 방도가 없는 시행자들에게 물리적 충돌은 예견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법원행정처의 김보현 사법지원심의관은 “강제집행은 개인이 자력으로 하는 대신 국가가 구제를 하는 것으로 채권자(사업시행자)의 신청에 따라 국가권력이 강제적으로 사법상 이행청구권을 실현하는 법적 절차”라며 “따라서 채무자(세입자)가 저항하는 경우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법치주의의 큰 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칙은 시설경비와 질서유지만 가능


때문에 서로가 위법행위를 하며 대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제도를 개선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강제집행 과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인권침해 역시 보다 법적 강제집행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소속 윤예림 변호사는 “채권자가 고용한 경비업체 직원과 소극적인 법원 집행관 때문에 집행과정에서 위법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상황은 현장에서 사람 사이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입법부는 물론 집행관, 지방자치단체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이 무리한 강제집행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목하는 법은 민사집행법이다. 공대호 변호사(법무법인 혜안)는 “근거가 되는 민사집행법이 인도집행에서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주체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적절히 통제할 관리·감독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결국 법원 집행관이 직접 세입자의 신체에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자 사업시행자가 용역을 고용해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인 내지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강제집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책임을 집행관이나 시행자, 경비업체에게만 돌리기보다는 공권력의 주체인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민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물리적 충돌을 방관할 뿐 위법한 폭력행위가 벌어진 뒤에야 경비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구 한국민사집행법학회 이사는 “집행관에게 직무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며 “민사집행법이 ‘집행의 저항을 받을 때는 경찰 또는 국군의 원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조화가 되지 않고 있어 법규가 껍데기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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